지난 10월25일 점심 시간, 한창 영업에 분주하던 음식점 곳곳에서 난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KT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개인 휴대전화를 비롯해 망에 물려 있는 포스기, 카드단말기도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장애가 이어진 약 40분간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은 불편을 겪을 뿐 아니라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대상이 이 피해를 겪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런 정보를 알아보기 위한 수단인 전화 통화나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었던 탓이다.
"점심 장사를 망쳤다"며 호소한 소상공인들은 이후 약관을 넘어서는 보상안이 나왔음에도 피해를 메꾸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반발했다.
소위 '현금 없는 사회'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선 불안이 생긴다. 예기치 않은 통신장애가 나타나 금전거래 서비스가 먹통이 됐을 경우 대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통신장애 상황에서도 금전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는 해결책이 있을까. 매번 상대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 입장에선 간절한 사안일 것이다.
정부는 3년 전 KT 아현국사 화재 이후 통신재난 상황에 대비해 다른 통신사 망을 빌려쓸 수 있게 하는 '재난로밍' 서비스를 구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타사 망을 빌려쓰는 것은 엣지 네트워크 단에서 이뤄지는 조치인데, 이번 경우에는 코어 네트워크에서 오류가 발생해 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장애 시 이용자 행동 요령'에서는 무선 라우터 결제기, 임대폰 등 대체 장비를 해당 통신사로부터 긴급히 지원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카드사를 통해 카드단말기 없이 전화로 결제 요청이 가능한 ARS 서비스도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마저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화 등 통신 서비스를 거쳐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대체 장비를 지원받게 된다고 해도, 다소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즉시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닌 셈이다.
통신장애 상황에서 문제없이 영업을 이어간 상점도 존재한다. 스타벅스는 망 삼중화를 적용,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는 제1금융권 등 서비스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일부 기업이 적용하고 있는 예방책이다. 그러나 이는 추가 망 설치가 필요한 만큼 비용 등의 제약이 따른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통신장애를 대비해 항시 망 이중화, 삼중화에 따른 통신비용을 지불하기엔 여력이 부족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 망 이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망이 제 기능을 못할 경우 이를 대체할 백업 망을 설치하라는 주문이다. 올해 10월 기준 망 이원화 이행률이 87%를 기록했다. 망 이원화가 완료돼 체계적으로 작동한다면 문제 상황 상당수를 예방할 수 있겠지만, 10월 사고처럼 네트워크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등의 경우가 앞으로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현재로선 소상공인이 통신장애 상황을 극복할 완벽할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통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사용자 또는 기기를 검증 및 식별하는 기술이 최근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인증보안 기업 센스톤이 제공하는 일회용인증코드(OTAC) 기술로, 단방향 다이내믹 고유식별 인증코드를 사용하며 네트워크가 없는 환경에서도 작동한다.
이런 비통신 인증 기술 도입이 확대된다면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성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거래 분야 혁신 서비스를 뒷받침할 가능성도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