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운영기술) 보안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가장 자주 제기되는 질문 중 하나는 “IT 보안과 OT 보안은 무엇이 다른가”입니다.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고 시스템 접근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영역은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고는 이 두 환경이 동일한 전제 위에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운영기술 환경에서의 보안 문제는 기술의 부족보다는, 서로 다른 목적과 조건을 가진 보안 개념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하려는 데서 발생합니다.
많은 기업과 조직이 IT 보안 체계를 구축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OT 환경에도 유사한 접근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OT(Operational Technology) 환경은 IT 환경과 태생적으로 다른 목적과 제약을 가지고 있으며,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보안 투자를 진행하더라도 실질적인 위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OT 보안을 바라보는 출발점이 됩니다.
보호 대상이 다르다: 정보가 아닌 ‘운영’
IT 보안은 전통적으로 정보 보호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기업의 데이터, 고객 정보, 내부 시스템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고, 이를 위해 기밀성(Confidentiality), 무결성(Integrity), 가용성(Availability)으로 대표되는 CIA 원칙이 보안 설계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IT 환경에서는 데이터 유출이나 변조가 가장 큰 위험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반면 OT 보안에서 보호의 핵심 대상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산업 현장의 운영과 공정입니다. 생산 설비가 중단 없이 가동되는지, 제어 시스템이 의도한 대로만 동작하는지, 잘못된 제어나 명령이 설비에 전달되지 않는지가 핵심 기준이 됩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유출보다 설비 오작동, 공정 중단, 안전 사고가 훨씬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IT 보안이 “정보가 안전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면, OT 보안은 “운영이 안전하게 유지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이 보호 대상의 차이가 두 영역을 근본적으로 구분 짓는 첫 번째 요소입니다.
OT 환경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진다
OT 보안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환경적 제약입니다. IT 환경에서는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 비교적 신속하게 패치를 적용하거나 시스템을 교체할 수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수십 년간 운영돼 온 레거시 장비가 여전히 핵심 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비 중단은 곧 생산 손실이나 안전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정을 멈추고 보안 조치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보안 강화를 위해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기존 운영 환경을 유지한 상태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접근이 요구됩니다. 이는 IT 환경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많은 전제들이 운영기술 환경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로그인 중심 보안이 OT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이유
이러한 차이는 인증과 접근 통제 방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IT 보안은 로그인 시점을 기준으로 사용자를 인증하고, 일정 시간 동안 해당 사용자를 신뢰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합니다. 한 번 인증이 완료되면 이후의 행위는 비교적 폭넓게 허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계정 공유, 장시간 유지되는 세션, 협력사나 외주 인력의 임시 접근이 흔히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로그인 자체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작업이나 명령이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면서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많은 OT 보안 사고는 외부 침입이나 악성코드 감염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허용된 접근이 이후 단계에서 오남용되면서 발생합니다. 이는 “누가 로그인했는가”만으로는 OT 환경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운영기술 환경에서는 로그인 이후 어떤 명령이 내려졌는지, 그리고 그 명령이 당시 상황에서 허용돼야 했는지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OT 보안에서 달라진 질문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운영기술 보안에서는 점차 다른 관점의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용자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어떤 장비에 접근했는지, 어떤 명령을 어떤 맥락에서 실행하려 했는지를 검증하는 구조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즉, OT 보안의 초점은 계정 중심의 신뢰 모델에서 벗어나, 장비와 공정, 그리고 명령 단위로 접근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이 갑자기 바뀌어서라기보다는, OT 환경의 특성과 운영 현실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OT 보안에서 인증은 더 이상 단일 시점의 절차가 아니라, 운영 흐름 속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돼야 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OT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보안 접근의 필요성
OT 환경은 IT 환경으로 완전히 수렴하기보다는, 고유한 제약과 요구를 유지한 채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가 가속화될수록 운영기술 시스템은 더 많은 연결을 갖게 되고, 그만큼 보안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중앙 서버나 실시간 양방향 통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오히려 운영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영역에서 주목받는 접근은 제약을 우회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그 제약 자체를 전제로 설계된 보안 구조입니다.
센스톤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단방향 다이내믹 인증 기술 OTAC를 기반으로, OT 환경에 적합한 OTAC Trusted Access Gateway(TAG)와 Endpoint OTAC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센스톤은 기존 운영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접근 통제와 인증을 보다 현실적인 방식으로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OT 보안은 ‘다른 보안’이 아니라 ‘다르게 설계된 보안’이다
OT 보안은 IT 보안을 대체하거나 부정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다만 보호해야 할 대상과 운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설계돼야 하는 보안 영역입니다. IT 보안의 연장선에서 접근할 경우, 보안 체계는 존재하지만 사고는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OT 보안을 이해하는 첫 단계는 IT와 OT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보호하려는 보안인지, 어떤 제약 속에서 운영되는 환경인지를 이해할 때 비로소 운영기술 보안 논의가 현실적인 출발점에 설 수 있습니다.